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loser 발언". 그로 인한, 사건의 전개 양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남성의 키' 더 나아가 "외모"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이다. 거기에 "loser"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논란에 불을 지폈다. 몇몇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단순히 그 발언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렇지, 그 날 방송분의 대부분의 소재들(데이트 비용, 결혼의 조건 등)이 상당히 거북한 내용이었음은 분명하다.
우연찮게 당일, 그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다. 유독 "무슨 무슨 녀"가 많은 한국 사회. 그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무개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난 시크하니까!'
- 자기 중심주의: 자기 자신이 돋보이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 외양 중시: "어떤 사람인가" 보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가 더 중요하다.
--> 외모, 다이어트, 옷차림, 명품 등등에 신경쓰는 이유
- 흔들리는 자아 정체성: 내가 누구인가는 나를 둘러싼 환경, 즉 보여지는 것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자"일 수 있다. 즉, 어떤 남자를 만나는가가 곧 나를 결정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그날 방송은 위와 같은 의식들을 여러 소재를 갖고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들이 "loser"라는 단어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박히며, 키 180cm 이하의 대다수의 남자들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발언의 핵심: 남자의 키를 경쟁력과 연관시키다!
사실, 이 발언의 핵심은 "loser" 혹은 "180cm" 라는 뇌리에 쉽게 박히는 몇몇 자극적인 단어가 아니라,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시 여기고 있는 것, 더 이상 문제라고 생각하기 않을 만큼 무의식에 박혀 있는 것, 바로 "외모 지상주의"이다.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다. 10개월 미만의 어린 아기들도 비율적으로 균형을 갖춘 미인의 사진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시각적인 자극, 우리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는 어느 정도 보편적인 것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본능적으로 더 아름다운 것,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에 호감이 가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외모 지상주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외모가 사회적 평가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경종이다. 방송에서의 발언을 살펴보면, "요즘 같이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에, 180cm가 안 되는 남성은 loser라고 생각한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즉, 여성의 외모를 경쟁력으로 평가했던 잣대가 남성에게도 넘어간 것이다. 당연히 남성들은 불편하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서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정당화가 되지만, 자신의 외모가 평가 기준이 된다고 하는 것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오고, 더 나아가 그 기준에 속하지 못한다면 "분노"가 밀려온다. 그리고 그 분노는 발언을 한 개인에게 향했다.
왜 '키'에 민감할까?
결과적으로 그녀의 발언은 "loser"라는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과 "남성의 키"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자보다 남자들이 "키"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왜 그럴까? 여성들에게는 하이힐이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깔창은 남자의 자존심".
즉, 자신도 모르게 남녀 상관없이 내면화한 '외모 지상주의'에 따라 자신 스스로를 평가하고, 또 평가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남성들에게는 "키"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170cm, 180cm라는 절대적 기준 외에도 상대적 비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가 180cm가 넘는 사람도 자기 보다 작은 주변 친구들이 깔창을 통해서 위로 "올라"오자, 그대로 볼 수 없어 자신도 깔창을 깐다는 이야기는 우스갯 소리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다. 깔창이 왜 남자의 자존심인지 이제 알 것 같다.
요컨대, 보여지는 것이 평가 받는 시대에, 남자의 키는 절대적이고 상대적이고 객관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명확한 기준인 것이다. 그게 키에 민감한 이유이다.
대본, 제작진의 불찰 논란
사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도 흥미롭다. 네티즌들의 반응, 공인들의 발언, 관련 패러디물, 그리고 발언한 본인의 대응 방식, 같은 방송에 출연한 또 다른 "개념녀"에 대한 반응들까지.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대본대로 했을 뿐이다.", "사전에 편집했어야 하는 내용이었다."등등의 제작진에게 쏟아진 화살들이다.
사실, 대본에 loser라고 명시가 되어 있었든, 실수로 편집을 하지 못했든, 그날 방송에 대한 이러한 논란의 제작진의 예상 밖이었을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그날의 주제 자체가 전반적으로 '여대생의 솔직한 발언'이라는 컨셉으로 비슷한 논리들을 풀어냈었다. 기획 단계에서 큰 흐름이 그랬다면, 하나의 발언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특별한 여과 과정 없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된 것이다.
더 흥미롭게도 제작진의 의도를 다시 한 번 뒤집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일부 한국 대학생들의 잘못 된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외국인 '미녀들'의 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비판하려고 했다.>라는 의견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 혹은 "무개념"일까? 그렇다면 초점은 그 발언을 한 개인에게 갔어야 하는게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외모도 경쟁력?! 솔직해지자
사실 누가 "외모도 경쟁력이다"라는 명제에 반발할 수 있을까? 당위적으로 "외모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논리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근했을 때, 명확한 논리를 보지 못했다. 그만큼 사회에 뿌리 깊은 인식이다. 단지 그 정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문제된 방송에서의 발언이 자극적이고, 일부의 의견이 일반화되는 듯한 인상을 거둘 수는 없으나, 솔직하게 생각해 보자. 만약 그녀가 "loser"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녀가 180cm가 아니라 170cm를 기준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무의식적으로 그냥 지나치고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지금처럼 대 놓고 분노하고, 그것을 풀만한 새로운 대상을 찾으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 남자들은 함께 분노하고, 여자들은 조용히 넘어가고, 뭐 이런 식의 반응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 불편했을까?'를 돌아보자. 그 기저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내면화하고 당연시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의식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한 공인들의 반응도 "난 170cm 정도가 좋아요.", "나도 180이 안되는데 loser다."라는 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당연시 하는 생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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