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5일
no. 52 예술은 영혼을 살찌우는가?
예술은 영혼을 살찌우는가? 적어도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뜨게 해주진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하는 일이라야 창작에 몰두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문화 소비자에 그치지만 책, 음악, 미술이 없으면 어떻게 삶을 살까 싶다. 지금은 무척 비가 많이 온다. 물 부족이라는 호주의 퀸즐랜드는 한번 비가 오면 무섭게 쏟아질 때가 있다. 정말이지 빗소리가 후두둑 후두둑, 천장을 뚫고 나올 것만 같다. 그래도 창가에 앉아서 어울리지 않게 탱고를 들으면서 노트북을 두드리니 괜스레 마음이 꽉찬 것 같다.
#1 하루키 단편 소설...
어제 시티 도서관에 등록을 했다. 학교 도서관은 생각보다 소설책이 많지 않다. 심심할 때 소설을 읽으려도 친히 시티에 행차하여 도서관 등록을 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하루키 소설을 찾아봤다. 난 하루키가 외국에서도 유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주에서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참고로 호주는 호주 출신 소설가층이 의외로 두텁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다음이 영국에서 건너온 소설들이 많았다. 암튼, 서가에 놓인 하루키 소설은 단편집이 전부였다.

단편 모음집인 듯 한데, 읽어본 소설도 있고 처음 보는 단편도 있어서 빌려왔다. 사실 난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어휘의 빈곤 때문인지, 정서상 그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인지, 텍스트북이면 몰라도 소설은 전혀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키의 단편은 하루키 특유의 분위기가 익숙해서 인지 다른 소설보다 읽히는 감이 있어서 좋다.
얼마만의 독서인지, 이곳에 온 이후로 이렇게 여유롭게 책을 읽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방학이 좋구나.
#2. 생각지 못한 미술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현진 언니와 만나 점심을 먹고, 다리 건너 뮤지엄으로 향했다. 원래는 피카소 전을 볼 예정이었다. 아트 갤러리를 지나쳐 가다가 눈에 띄는 그림이 있어서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피카소 보다 내 마음을 더 꽉 채워준 그림들을 만났다.
호주의 미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에보리진들의 특유의 독특한 그림? 나 역시 그랬다.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는 Sidney Nolan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작가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색감, 그림마다 등장하는 저 알 수 없는 주인공 때문에 이끌렸다. 그리고 이곳이 정말 호주구나, 느낄 수 있는 호주의 자연 풍광들이 정감있다. 위의 그림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인 듯하다. 그의 그림들을 보니 이번 학기가 끝나면 시드니도 좋고 맬버른도 좋지만 꼭 한번 울룰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중심?^^ 왠지 영화 때문에 그 세상의 중심에 가서 모래 가루라도 뿌려야 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왠지 그곳에 꼭 한번은 가야 할 것 같다.
요즘 한참 무료했는데 그의 그림을 보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엽서도 잔뜩 사왔다. 계산할 때, 생각보다 비싸서 살짝 놀랐지만, 나에게 이런 기분을 선사했는데 그깟 몇 십불쯤이야, 하고 기분이 들떠서 돌아섰다. 여기 온 이후로 자주 연락 못했던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내야 겠다. 흔한 호주의 풍광 엽서보다 훨씬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밖으로 돌아서는데 강 건너 브리즈번 시티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이런거야 말로 안구정화 아니겠는가? 정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그 느낌을 글로 표현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3. 그림의 측면 감상하기
당신들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 자신들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근래에 느낀 습관이지만 나는 그림 앞에 서서 바로 앞 그림이 아니라 옆의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림의 측면 감상하기라고나 할까?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옆의 그림에 눈이 간다. 처음에는 급한 성미 탓이려니 했는데, 미술관에 가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앞에서 보는 것보다 옆에서 보는게 더 특별해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측면에서 그림을 힐끔힐끔 관찰하다가 다가가 정면으로 보면 생각보다, 이게 아니었는데 하곤 한다.
왠지 그림을 정면에서 들여다 보면 그림과 내가 대결하는 구도 같아 보인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그림과 정면으로 맞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옆에서 보면 아름답다, 신기하다고 느낀 그림 속 풍경이 정면에서 보면 평범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오늘도 난 미술관에 가면 그림의 측면을 몰래 살펴보곤 한다.
당신들도 직접 미술관에 간다면 '작품의 측면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뭐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서 살펴보아도 좋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림의 왼쪽에 서서 보기를 좋아한다. 책을 통해서 평평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아니라, 직접 내 눈앞에 놓여진 그림을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마음껏 그림을 훔쳐보라!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4. 다시 만난 까미유 코로(Camille Corot)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참 열악한 환경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그쪽으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에 있을 때 간 미술전은 대부분 외국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었는데, 그마저 유명한 작품들은 들여오지도 못했고, 그림의 배치도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아니다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피카소 전이었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붐비는 바람에 사람들에 떠밀려 그림을 보고 빨리 나와서 그제서야 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있다.
Sidney Nolan전은 다른 전시회랑 연결 되어 있어서 함께 보았는데, 여러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 특징별로 간략하게 전시해 놓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보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져 있는 조각의 로댕, 그림은 피카소, 드가, 르누아르까지 다양했다. 우리 나라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한 풍경화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그림. 역시나, 까미유 코로 였다.

참고로 Sidney Nolan에 대해서 (클릭)
물론 내가 하는 일이라야 창작에 몰두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문화 소비자에 그치지만 책, 음악, 미술이 없으면 어떻게 삶을 살까 싶다. 지금은 무척 비가 많이 온다. 물 부족이라는 호주의 퀸즐랜드는 한번 비가 오면 무섭게 쏟아질 때가 있다. 정말이지 빗소리가 후두둑 후두둑, 천장을 뚫고 나올 것만 같다. 그래도 창가에 앉아서 어울리지 않게 탱고를 들으면서 노트북을 두드리니 괜스레 마음이 꽉찬 것 같다.
#1 하루키 단편 소설...
어제 시티 도서관에 등록을 했다. 학교 도서관은 생각보다 소설책이 많지 않다. 심심할 때 소설을 읽으려도 친히 시티에 행차하여 도서관 등록을 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하루키 소설을 찾아봤다. 난 하루키가 외국에서도 유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주에서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참고로 호주는 호주 출신 소설가층이 의외로 두텁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다음이 영국에서 건너온 소설들이 많았다. 암튼, 서가에 놓인 하루키 소설은 단편집이 전부였다.

단편 모음집인 듯 한데, 읽어본 소설도 있고 처음 보는 단편도 있어서 빌려왔다. 사실 난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어휘의 빈곤 때문인지, 정서상 그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인지, 텍스트북이면 몰라도 소설은 전혀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키의 단편은 하루키 특유의 분위기가 익숙해서 인지 다른 소설보다 읽히는 감이 있어서 좋다.
얼마만의 독서인지, 이곳에 온 이후로 이렇게 여유롭게 책을 읽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방학이 좋구나.
#2. 생각지 못한 미술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현진 언니와 만나 점심을 먹고, 다리 건너 뮤지엄으로 향했다. 원래는 피카소 전을 볼 예정이었다. 아트 갤러리를 지나쳐 가다가 눈에 띄는 그림이 있어서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피카소 보다 내 마음을 더 꽉 채워준 그림들을 만났다.
호주의 미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에보리진들의 특유의 독특한 그림? 나 역시 그랬다.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는 Sidney Nolan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작가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Sidney Nolan
Ned Kelly 1946
Ned Kelly 1946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색감, 그림마다 등장하는 저 알 수 없는 주인공 때문에 이끌렸다. 그리고 이곳이 정말 호주구나, 느낄 수 있는 호주의 자연 풍광들이 정감있다. 위의 그림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인 듯하다. 그의 그림들을 보니 이번 학기가 끝나면 시드니도 좋고 맬버른도 좋지만 꼭 한번 울룰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중심?^^ 왠지 영화 때문에 그 세상의 중심에 가서 모래 가루라도 뿌려야 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왠지 그곳에 꼭 한번은 가야 할 것 같다.
요즘 한참 무료했는데 그의 그림을 보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엽서도 잔뜩 사왔다. 계산할 때, 생각보다 비싸서 살짝 놀랐지만, 나에게 이런 기분을 선사했는데 그깟 몇 십불쯤이야, 하고 기분이 들떠서 돌아섰다. 여기 온 이후로 자주 연락 못했던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내야 겠다. 흔한 호주의 풍광 엽서보다 훨씬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밖으로 돌아서는데 강 건너 브리즈번 시티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이런거야 말로 안구정화 아니겠는가? 정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그 느낌을 글로 표현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3. 그림의 측면 감상하기
당신들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할 때, 자신들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근래에 느낀 습관이지만 나는 그림 앞에 서서 바로 앞 그림이 아니라 옆의 그림을 보는 습관이 있다. 그림의 측면 감상하기라고나 할까?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옆의 그림에 눈이 간다. 처음에는 급한 성미 탓이려니 했는데, 미술관에 가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느끼는 거지만, 그림을 앞에서 보는 것보다 옆에서 보는게 더 특별해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측면에서 그림을 힐끔힐끔 관찰하다가 다가가 정면으로 보면 생각보다, 이게 아니었는데 하곤 한다.
왠지 그림을 정면에서 들여다 보면 그림과 내가 대결하는 구도 같아 보인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그림과 정면으로 맞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옆에서 보면 아름답다, 신기하다고 느낀 그림 속 풍경이 정면에서 보면 평범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자주 한다. 오늘도 난 미술관에 가면 그림의 측면을 몰래 살펴보곤 한다.
당신들도 직접 미술관에 간다면 '작품의 측면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뭐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서 살펴보아도 좋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림의 왼쪽에 서서 보기를 좋아한다. 책을 통해서 평평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아니라, 직접 내 눈앞에 놓여진 그림을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마음껏 그림을 훔쳐보라!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4. 다시 만난 까미유 코로(Camille Corot)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참 열악한 환경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그쪽으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에 있을 때 간 미술전은 대부분 외국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었는데, 그마저 유명한 작품들은 들여오지도 못했고, 그림의 배치도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아니다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피카소 전이었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붐비는 바람에 사람들에 떠밀려 그림을 보고 빨리 나와서 그제서야 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있다.
Sidney Nolan전은 다른 전시회랑 연결 되어 있어서 함께 보았는데, 여러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 특징별로 간략하게 전시해 놓은 곳이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보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져 있는 조각의 로댕, 그림은 피카소, 드가, 르누아르까지 다양했다. 우리 나라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한 풍경화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그림. 역시나, 까미유 코로 였다.

Camille Corot
Ville d'Avray 1865
Ville d'Avray 1865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 였다. 좋아하는 미술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대답하는 "고흐"라고 대답하기가 싫어서 방학 때 혼자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기존에 전혀 지식이 없던 나에게 모든 화가들이 다 새롭고, 대단해 보였지만 내 마음에 가장 많이 남았던 화가가 바로 "까미유 코로"라는 프랑스 화가 였다. 그녀가 그린 풍경화는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특히 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없이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그 많던 그림 사이에서 내 눈을 끌었던 그림도 바로 그녀의 작품이었다. 물론 저 그림은 아니었고, 좀더 어두운 느낌의 풍경화였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그림을. 갑자기 잊고 있던 그때가 기억 나면서 또 훈훈해졌다.
the end
예술이 영혼을 살찌우는지는 명확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예술은 때때로 마음을 꽉 차게 한다.
그리고 어제 그 많던 그림 사이에서 내 눈을 끌었던 그림도 바로 그녀의 작품이었다. 물론 저 그림은 아니었고, 좀더 어두운 느낌의 풍경화였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그림을. 갑자기 잊고 있던 그때가 기억 나면서 또 훈훈해졌다.
the end
예술이 영혼을 살찌우는지는 명확하게 느낄 수 없었지만, 예술은 때때로 마음을 꽉 차게 한다.
참고로 Sidney Nolan에 대해서 (클릭)
# by | 2008/07/05 11:07 | 빨강머리 앤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