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8 내 기억속의 서태지-사람들은 왜 서태지에 열광하는가? 빨강머리 앤

며칠전에 서태지 컴백이라는 글을 보고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 기억 속의 서태지는 그다지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 하나. 7살짜리의 난 알아요~!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할 때가 가까워 와서 였다.
선생님께서 멜빵바지와 후드티를 준비해 오라고 하셨다.
우리 반이 재롱잔치에서 맡은 건 서태지와 아이들이 92년을 휩쓸었던 "난~ 알아요!"였다.
당시 티비에서 내가 직접 서태지와 아이들을 본 기억은 없다. 그 당시만 해도 7살이라면 가요보다 티비 만화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게 흔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7살 때, 재롱잔치에서 흉내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열맞춰서 춤추다가 순서가 되면 앞으로 뛰어나가서 팔짱끼고 고개 좀 끄덕이는 게 다였다. 그 속에서는 어떤 자유스러움도 느낄 수 없었지만 멜로디만은 흥이 나서 따라불렸던 기억이 난다.

이 당시 데뷔 영상(?)을 이후에 우연히 본적이 있었는데, 여러 심사위원들 앞에서 서태지, 양현석, 이주노가 춤을 추며 난 알아요!를 부른다. 다른 심사위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전영록 씨가 무척 나쁘게 평을 하던게 기억이 난다. 노래 부른뒤 약간 상기된채 굳어지던 서태지의 표정도 기억이 난다.
아무튼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 앨범으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전에 없던 과감한 시도, 그리고 댄스 가수가 존재하긴 했지만 이처럼 말그대로 '아이들'이 직설적이라면 직설적인 가사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부르고 랩을 해대었으니 말이다. 아마 당시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서태지는 "자유스러움의 표출"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서태지와 아이들 2집 활동 모습]

기억 둘. 컴백~홈, 이런 노래 부르면 지옥간대 ;ㅅ;

92년 데뷔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은 십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며 앨범활동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기억속에는 크게 남아있지 않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발해"가 답인 문제의 힌트로 "발해를 꿈꾸며"가 예로 나와있던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 사이의 히트곡들 '필승'환상속의 그대'라던가 위에 말했던 '발해를 꿈꾸며'의 주요 부분 멜로디는 어린 기억속에도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 뒤 비교적 기억이 나는 것은 "컴백홈"이다. "난 알아요"보다 중독성 있는 가사였지만 어딘가 초딩이 듣기에는 무서운 멜로디.
이무렵 교회에 다니던 친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에서 그랬는데 컴백홈 이런 노래 부르면 지옥간대."
어린 나이에도 그 소리가 어이없게 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 무렵 서태지는 대중적으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 상품성 역시 인정을 받은 상태였고 그에 따라 황색언론 등에서 혹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흘러들어가는 루머가 난무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틀면 "나에게 피가 모자라"라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악마의 노래라던가 하는 등등...
아무튼 이 당시 기억 속의 서태지는 인간적인 모습이라기 보다 하나의 우상화된 대상으로 남아있다.

[컴백홈 당시의 모습]

기억 셋 은퇴 그리고 솔로 앨범

96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각종 스포츠 신문 1면에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들은 정상일 때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런 예고도 없었던 은퇴를 했다.
나에게 그들의 은퇴는 커다란 충격도 아니었고, 앞에서 말했듯이 우상화된 존재가 더 이상 대중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것 정도의 의미였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고 서태지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역시나 그전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국내에 흔치 않은 장르의 음악을 들고 찾아왔다. 빨강 레게 머리를 흔들며 "울트라매니아 "를 외쳐대는 모습은 음악에 무지했던 나에게는 신기하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다시 보게 되었던 건, 미국에 살다 전학온 한 친구가 열렬하게 서태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였다. 한 살 위 오빠의 영향이 강했던 그 친구는 서태지의 음악에 열광했고 음악과 관련된 문화에 미쳐있었다. 그러면서 국내 가수들 중 가장 뛰어나다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서태지를 다시 보게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음악에 매료될 만큼은 아니었던 듯하다.

[울트라매니아 활동 당시, 빨강 레게 머리의 서태지]

사람들은 왜 서태지에 열광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나는 서태지 세대도 아니고 서태지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군에 속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태지에 열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서태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서태지는 말그대로 <자유로운 비상>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태지의 등장할 당시는 십대 그리고 이십대들이 기존 문화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로만 가득차 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동시에 집단화에서 점차 개인화로 이행되어 가던 시기이다.
그 당시 서태지는 기존의 어떤 카테고리에도 종속되지 않으면서 그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가 얻은 "문화 대통령"이란 칭호 역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인지 내 기억 속 서태지는 다른 어떤 활동보다고 "서태지와 아이들"때의 모습이 가장 아련하면서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나의 모든 것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십대 때에는 불확실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동시에 불확실하고도 어딘가 삐뚤어진 것에 경외심을 느끼기도 하고 동경한다.
그러다 나이가 먹고 어느 덧 하나하나 나의 모든 것이 어딘가 한 점을 모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때 쯤이면 좋든 싫든, 사회 속의 하나의 집단 속에 전형화된 타이틀을 갖게 된다. 두려워 하던 불확실함에서는 벗어났지만, 무언가 나의 공간, 시각, 세계가 좁아진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제 서태지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어드 덧 사회 혹은 집단에 귀속되어 있다. 예전과 외모 뿐만 아니라 가치관, 사고, 감수성 역시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처음 데뷔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 구속되지도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홀연히 나타난다.
심지어 세월의 흐름 마저 비켜간 듯 보이는 얼굴로 말이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보든,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은 추구했다는 특징 하나만으로
그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신비주의? 그런 것은 신비주의를 의도한 순간부터 대중의 눈밖에 나기 마련이다.
그는 이미, 그를 어떻게든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하나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심지어 나에게도 말이다.

사람들은 예전와 다름없는 그의 외모과 예전와 확연히 달라진 색깔로 등장한 그를 보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흔히 평가하는 기준으로 그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은 듯한 외모를 유지한다 해도 나에게는, 그리고 내가 느껴질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역시 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의 눈빛에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조금은 지워져 버린 듯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서태지 하면 아직도 동그란 안경테 속의 눈을 기억한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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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실은 2007/12/01 09:46 #

    no. 28 내 기억속의 서태지-사람들은 왜 서태지에 열광하는가?실은 이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 후후후마린블루스를 공감하지 못했거든요.예전에는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공감하면서 본다기 보다다른 만화처럼 캐릭터 때문에 보게 되는 것 같아요.최근 편에서 서태지에 목매다는 성게군 ... more

덧글

  • j 2007/11/30 13:54 # 삭제 답글

    제일 위의 사진은 2집 활동 사진입니다 ㅋ
  • 마그론느 2007/11/30 15:14 # 답글

    아~ 알겠습니다^^;;
  • 쵸코탕 2009/03/29 18:00 # 삭제 답글

    그냥 검색하다 흘러 들어왔는데
    읽다보니 끝까지 읽게 되었네요..
    저는 서태지를 좋아하지만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옛날의 내모습과
    지금의 내모습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_^
    여전히 서태지는 진행중이네요..
    2009년인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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