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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1 이재갑 선생님 사진 수업 또 다른 눈, 렌즈...

제값하는 이재갑 선생님. 

사진 교육 3주차,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오늘따라 10명 남짓하던 수강생들도 반으로 줄어 단 5명만이 참여했다. 약간 도인의 풍모를 풍기시는 선생님은 "제가 제값은 해서 이재갑입니다." 라는 유머를 구사하시며 강의를 하셨다. 지난번처럼 사진 이론 보다 리뷰나 사진을 찍는 자세 등을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2부에서는 과제로 낸 사진들을 리뷰하기 시작하셨다. 나도 나름 신경 써서 사진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도 사진 찍으신 경력이 꽤 되시는 듯, 그저 그런 사진은 없었다.선생님이 원하시는 사진 설명은 사진 그 자체보다도, 그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로 향한 거 같았다. 본인 사진을 설명할 때, 푹 찌르듯이, "이때는 감정이 어땠나요?" "아까 사진이 본인에게 일상의 활력소라고 했는데, 이 사진들을 보면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우울해요." "너무 자기 자신으로 파고드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위험해 보이네요." 등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 다음이 바로 내 차례.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았다. 

"음.. 이 사진들은 비교적 최근에 찍은 사진이구요. 한 2주 정도 된 것 같네요. 그리고 거의 하루에 찍은 사진들 입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는데, 물론 아는 분들과 함께 갔지만, 막상 그 낯선 곳을 돌아다닐 때는 혼자 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인물 사진 과제를 받았을 때여서 인물 사진 위주로 찍어보았어요." 
"이거 찍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음..아까 설명할 때도 잠깐 나왔는데, 이 사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요. 프레임 안에 다 한 사람만 들어 있어요. 혼자서 누구를 기다리거나, 자신의 일을 하거나… 이때 사람들이 매무 많았는데, 저는 오히려 혼자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도 그런 사람들만 주로 들어오더라구요." 

 "혹시 사진 구도 같은 걸 따로 배우신 적이 있나요?" 

"아, 사진을 직접 찍기 시작한지는 사실 얼마 안되는데, 기호학을 전공해서 사진을 보는 법 들은 공부한 적이 있어요."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사실 바르트나 수잔 손탁 등을 공부하면서 빠져들고, 사진을 보는 법, 기호학 등에 한때 심취했었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폰카로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지, 무언가를 제대로 정제하거나 더하고 빼면서 사진으로 직접 생각을 표현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저 어떤 사진을 보고, 그 속에 숨겨진 이데올로기나 생각들을 발견하면서 그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사진을 직접 찍어보기로 한거다. 한장 찍을 때 머리 아프고, 그리고 내 성격상 상대에 대한 지나친 배려 때문에 조금은 위축되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매우 큰 변화가 아닌가!) 

"본인은 사진을 찍는 걸 즐기는 편이세요, 다시 보는 걸 즐기는 편이세요?" 
(이 질문도 살짝 놀랐던 질문, 내가 느꼈던 것을 마치 꿰뚫어보시는 느낌.) 
"아, 이번에 깨달았는데요. 저는 사실 사진을 찍을 때 많이 생각하고, 조정해서 셔터를 누르는 편은 아니고 우선 찍는 편인데요. 이번에 과제용으로 사진을 고르면서 느꼈는데,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때 못 봤던 것을 발견하고 고르면서 의외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저는 사진을 보고 고르는 걸 즐기는 편인거 같아요." 

그리고 리뷰를 이어가셨다. 
"이 분은 어떻게 보면 시작이 좋은 겁니다. 사람을 찍는 걸로 시작을 했다는 것은, 다른 사물이나 자연을 찍을 때도 그런 배려를 가져가는 거거든요. 사실 우리 나라 시장에서 갑자기 사진기를 들이대면 좋아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이 사진들도 아마 외국이니까 이렇게 다가가서 찍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또 그 만큼 누군가를 찍을 때는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을 갖고 다가가야 하거든요. 사진을 찍다가 혹시나 눈이 마주치면 인사라도 건네고 해야 하는 거거든요. 이 사진들을 찍을 때는 혹시 그런적 없었나요?" 

(이 질문도 깜짝 놀랐다. 사실 이번 홍콩 여행에서 사진을 찍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그때도 일행에서 살짝 뒤쳐져서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홍콩 시내 한복판이어서 높게 솟은 건물 사이고 고개를 쳐들고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 고개를 든 상태로 카메라를 내리고 살짝 옆을 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프레임을 설명하자면(사진이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높은 빌딩 숲 사이로 살짝 열린 하늘에 어느 외국인이 어딘가에 걸터 앉아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쓸쓸한 시선이 들어왔다. 카메라를 들려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 살짝 웃었다. 그는 커다란 트럭에 걸터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이방인이었다. 아랍 사람으로 보였다. 나는 한 눈에 보기에도 관광객. 이 빽빽한 홍콩 거리에서 서로 이방인인 사람이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미소를 나눴다. 그때 그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러면 안될 거 같았다. 무의식 중에 카메라를 들이댄 사람과 그 시선을 받는 사람의 미묘한 역학 관계를 느꼈던 것 같다. 마치 그 순간 그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 서로 머쩍은 미소를 나누던 동등한 관계에서 카메라 프레임 안에 누군가를 가두는 관계로 변하는 것 같아서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더 이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카메라를 거뒀다. )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내게 한가지 프로젝트를 주셨다. 내 사진들을 보니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다면서, 하나의 주제를 갖고 사람들을 찍고 그것들을 연결해 보라는 과제를 내셨던 거 같다. 말하자면 개인 프로젝트. 살짝 가슴이 뛰었다. 두근두근. 

이번 사진 강의는 분명 많은 것을 내게 남겼다. "은 는 이 가를 붙여서 사진을 찍어보라"는 말은 그냥 찍는 것이 아니라 내 프레임안에 담긴 무언가가 어떠한 무언가 어떤 연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좀더 생각해 보고 찍으라는 말이다. 사실 사진이 취미라고 하면서도 나는 사진 찍을 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디칸데 우선 많이 찍고 고르면 되지, 중요한 건 셔터를 제 때 누르는게 아닌가.' 하면서 셔터를 누르기에만 바빴던 거 같다. 선생님은 내 수업은 2달 뒤에 끝이 난다고 하셨다. 2달 뒤에 본인의 사진 생활이 뒤로 가거나 앞으로 가거나 어쨌튼 변화가 있는 사람은 두 달 뒤에 나를 다시 찾을 거라고. 

이번 강의는 선생님 말 대로 정말 제값하는 강의가 아니었나 싶다. 나도 내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 보고 싶다. 어떤 프로젝트가 되든 그냥 찍는게 아니라 한번 시도해보자!